愛河日記
노후유람~ 양산(배내골~오룡산~시살등~신동대굴) 본문
환갑을 맞이한 해의 마지막 겨울까지 춘하추동 계절 명소를 사진과 비디오에 담는데 성공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목표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내가 언제부터 계절 명소에 목말라 했던가...???
당초~ 산행을 시작한 이유는... 허리 부상이 심해서 나의 주특기를 살린 운동을 더이상 하지 못해서 대안으로 선택한 종목이었는데...
권투, 유도, 레슬링, 킥복싱같은 격투기에서 농구, 배구, 축구, 족구 등의 구기 종목으로 전향하고~ 마지막으로 등산으로 전향했는데...
경치에 연연하지않고 체력유지와 정신 순화에만 목적을 두고서 꾸준히 앞만 보며 달리다가~ 어너새 환갑을 맞이하면서 대한민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특색을 모두 다 사진과 비디오에 남겨놓고 싶은 마지막 미션을 기획했는데~ 절박하게 시한에 쫒기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녀간 등산을 다닌 몸인데~ 전리품을 갖춰놓고 싶은 충동이 나라고 어찌 피해가겠는가...???
그래서 2020년 코로나19의 한해 동안 춘하추동 명산을 중기차게 해매고 다녔었다.
이제~ 마지막 소임을 완수해서일까~ 전리품만 보아도 저절로 힐링이 되어서 일까...???
주1회 산행 길마져도 집을 나서기가 쉽지가 않다.
지난 1월말 광주 무등산 눈꽃 산행 이후~ 유명무실한 설날 명절을 거치면서 방콕에서 영화 감상만으로 시간을 보낸지도 보름이 넘었다.
아~ 딱 한번... 설차례를 지낸 다음날(1월13일 토요일)~ 산책삼아서 집 뒷산(방장산~양학산~용흥산)엘 한차례 짧게 다년온 바가 있었을 정도...
2021년2월18일(목요일) : 코로나19 재난 휴무를 활용해서 오랜만에 타지역으로 개인 산행을 떠난다.
집에서 출근하는냥~ 아침 식사 후에 회사 대신 경남 양산시 배내골 홍보관으로 출발한다.
이미~ 인터넷으로 위성 지도를 관찰해서 도로변 주차공간이 될만한 곳을 찜해두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그리고~ 배내골 보건지소 옆길로 들어가서 개천을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 루트는 이미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지가 오래인 듯~ 관리가 않된 잡목 투성이였고... 이정목조차 눈에 띄질 않았다.
트랭글GPS 앱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겨우 겨우 더듬이 산행을 이어가지만~ 실록이 우거지고 뱀이 출몰하는 하계엔 어림 반푼어치도 없겠다 싶었다.
어쩌다 완연한 길을 찾아서 무심코 걷다보니~ 그만 지도상 경로에서 이탈해버렸는데... 임도가 나타나서 지도상 경로 쪽으로 좁혀 가던 차에 첫번째 이정목이 반갑게 나타났다.
지도상 경로에는 없는데다 이정목의 위치도 다소 어정쩡해보이긴 했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눈에 바라다 보이는 오룡산 방향으로 화살표가 정확히 가르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 올라가다보니~ 특수군 출신이나 무장공비 정도나 되어야만 겨우 다닐 수 있는 불편한 계곡터로 계속 이어지는데다 잡목의 방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내가 산행 입문 초기였다면 나도 계속해서 루트를 고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미 산행 베테랑의 반열에 올라있는 몸이 아니던가...???
더우기~ 내가 스스로 설정한 산행 목표를 이미 완수한 처지이다 보니~ 더이상 아마츄어처럼 악바리 정신력만으로 산행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미답의 초행 길인만큼 기본에 충실하며 지도상 루트를 따라 착실히 둘러서 가보기로 한다.
착실하게 지도앱 경로를 따라서 걷다보니... 도라지 고개에 이를 수 있었다.
이제사~ 제대로 된 정규 루트를 만난 모양이다.
포항에서 출발할 때~ 승용차 패널에 찍힌 외부 온도는 영하 7도였고~ 양산 배내골에 도착했을 때의 외부 온도는 영하 8도였는데...
오룡산으로 접근하는 능선에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를 영하 10도 정도까지 느껴지게 했다.
찬바람은 나무 숲이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했지만~ 벼랑 길을 지날 때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몰아쳐서 순식간에 날려 갈 듯한 기세마져 느껴졌다.
어쨌든... 처음으로 오룡산 정상까지는 무사히 도달했고~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이렇게 강풍이 이어진다면~ 양지에서 식사를 서두러는 것이 불확실한 위험에 집중해서 대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추위에 미리 대비해서 다른 음식은 모두 포기하고 편의점 샌드위치만 가져와서 나름 맛있게 먹었다.
이제~ 더이상 많은 사진과 비디오는 왠만해서 촬영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경치라면 이미 나에게도 많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늙어가는 내 모습을 남기기 위해서 최소한의 사진만 남기기로 한다.
시살등에서 곧바로 배내골 방향으로 하산해야 했는데...
여기(시살등)에서 함박등~ 죽바우등~ 영축산 방향으론 이미 한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 익숙한 길이라~ 한참 진행한 후에야... 아차차~ 하고 오늘의 하산 곡점으로 황급히 되돌아 와서 신동대굴 쪽으로 하산방향을 수정한다.
신동대굴...
요긴~ 뭐 왠만하면 먹고 지내면서 거주해도 될만한 공간인 것같다.
뭐~ 형편이 어렵다면 요런데서 기거하는 자연인의 삶도 그럭 저럭 가능할 것같은데...???
자~ 그런데... 여기서부터 배내골로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이건 뭐~ 길인지 아닌지... 솔찍히 분간이 안가더라~!!
어차피~ 다른 길로 돌아서기엔 너무 늦은데다... 지도상의 경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선행자들의 오래된 낡은 시그널이 군데 군데 매달려져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한참을 내려서니 임도와 나란히 이어진 좁은 깃점에 요런 이정목이 서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잽싸게 임도로 갈아탔다.
오늘은 정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곳에서 나홀로 산행을 한 기분이 든다.
비디오를 보다가 갑자기 멈추면 사진 한장면만 보이게 되는~ 바로 그런 분위기... 바람 소리만 없었던들~ 나는 아마도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 홀로 살아 남은 사람처럼 여겼을 것이다.
산행시간 내내~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본적이 없고... 그 흔한 까마귀, 청솔모... 다들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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