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코로나 보다도 더워서 뒈질뻔... 거창 우두산(바리봉~지남산~상봉~마장재~Y자형 출렁다리) 본문
경남 거창군 우두산은 지난 3월 경에 처음 다녀왔었던 곳이다.
4년전 거창군 월여산에서 디디고 서있던 바위가 갑자기 함몰되면서 추락하여 머리가 깨졌고, 뜨거운 피가 쏫구치며 사경을 헤매던 중~ 저승사자님의 배려로 거창병원까지 스스로 찾아가서 응급처치를 받고 겨우 목숨을 건진 이래로 만4년만에 조심스레 다시 발을 들여다 놓았던 거창 땅이었는데...
고견사를 통해서 의상봉 찍고~ 우두산 정상을 밟은 후... 마장재 보다는 장군봉과 바리봉 쪽으로 하산하고 싶어서 이동하던 중에 또 카메라 삼각대가 강풍에 쓰러지면서 촬영이 멈추었고... 김이 새어버린 나는 장군봉으로 향하던 걸음을 취소하고 고견사 방향으로 되내려 하산해버린 일이 있었다.
그 옹졸한 심장 덕택에 무더운 오늘, 요렇게 뒈질만큼 개고생하게 될 줄이야~ 그 당시로선 미리 알수가 없었던 일이었다.
<< 비디오 리포트 >>
2020년6월23일(화) : 바위 추락의 트라우마를 안고 다시 찾은 거창땅, 그 두번째 시간... 지난 3월처럼~ 출근하는 실시간으로 또 고견사 주차장으로 논스톱으로 달려왔다.
여름 산행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좀 있다면 견암폭포가 있는 계곡에서 좀 느긋이 쉬다가 귀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ㅉㅉ
어차피~ 평일 호젓한 산행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코로나19 덕택에 평일 휴무가 생겼고 또 평일 호젓한 꽃산행을 한동안 누릴 수 있었는데~ 이제 7월부터는 정상 근무에 들어가야하니 다시끔 토요일 산행으로 복귀해야 하나보다.
그리되면 아무래도 주차전쟁과 대인 밀집 접촉의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사람이 적게 다니면서 경치도 좋은 산을 잘 골라서 선택해야만 할 것같다.
내가 고견사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에 마침 관광버스가 도착해서 수십명의 남녀 산객들을 동시에 풀어 놓았는데~ 그들은 모두 고견사 방향 또는 Y자형 출렁다리 쪽으로 향하던데...
단체 산객이 뭐~ 바리봉이나 장군봉을 알지도 못할테니... 당연히 혼자서 바리봉 쪽으로 향하는 나와 엮일 가능성은 전혀 없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나에 비해서 절반 정도의 바운더리만 탐방할꺼니까~ 내가 하산할 때 쯤이면 이미 관광버스에 올라 귀가를 하고 있을테지...^^
아무튼~ 이 우두산은 나처럼 크게 한바퀴 돌아도 탐방 거리는 약10Km 조금 상회할 정도밖에 않되지만, 바위 봉우리를 직접 넘어야하는 구간이 많아서 결코 쉽지않은 코스이며~ 탐방 시간도 생각보다는 더 많이 소요된다.
특히~ 오늘처럼 더운 날씨라면 전신무기력 증세와 함께 개고생을 각오해야만 하겠더라~!!
이 반경을 이 방향으로 선회하는 원점 회귀 코스는 영남알프스의 여왕이자 다음블로거인 작은빛 님이 언급한 정설인데...
멋모르고 한여름에 들이댔다가 골로 갈 뻔한거지 뭐... 내가 감히 겁도없이 등산 여왕의 행보를 아무때나 흉내를 내다니~ ㅉㅉ
뒈질뻔한 순간 순간을 딛고~ 불가능해보이던 완주가 꾸역 꾸역 성사될 때... "바로 이맛에 산행을 하는거야"라는 말이 실감나더라...^^
집에서 그냥 놀고있어면 뭐하노...???
오늘도 집에서 무료한 시간엔 뭐~ 중국어 회화 책을 읽어면서 시간을 보낸다.
걸음마 단계에서 시작해서 중급을 넘어 고급 단계에 이르다보니... 뭐 별 글자같지도 않은 글자들이 궂이 없어도 충분히 문맥을 형성할 것같은데... 정신 사납게 포함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일꼬...???
그래야만 고급 중국어의 맛이 나는 걸까...???
덕택에 페이지 빼곡히 주석으로 황칠될 수밖에 없는 것같다.
아무튼~ 오늘이 코로나19가 베풀어(?)준 마지막 평일 산행의 기회이니까~ 그냥 방콕으로 허무하게 지낼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또 요렇게 길을 나서게 되었다.
단체 팀은 모두 고견사나 Y자형 출렁다리 쪽으로 향하고~ 나혼자서만 바리봉과 장군봉 방향으로 입산에 든다.
이 루트는 산꾀나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존재 사실도 모르겠거니와 잘 선택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초행 길인데~ 뭐가 좀 수상해보이는 것이... 왜 자꾸 아래로 내려가지...???
트랭글 경로를 살펴보니 바리봉은 좀 더 왼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새로운 능선 자락을 만날 때까지 초반부터 내리막을 타야했던 것이다.
한차례 알바를 하고나서야 제대로된 바리봉 능선을 탄다.
멀리는 의상봉이 뾰족하게 건너다 보이고~
눈앞에는 바리봉이 나타났다.
마을을 통과하면서 눈길을 독차지했던 바로 그 바위 봉우리이다.
그리고...
아래로는 주차지점인 항노화힐링랜드가 내려다 보이고~ 그 윗쪽엔 오는 10월 경에나 개통하게 될 Y자형 출렁다리가 보일 듯 말 듯하다.
사실~ 요 암릉지대가 좀 위험했다.
바리봉을 배경으로 삼각대를 설치할려니 바위 꼭대기의 편평한 지대로 올라가야하는데~
계단이나 로프도 없고~ 마땅히 손으로 잡거나 발을 디딜만한 게 없어서 애를 먹는다.
160센티도 되지않는 내 짭딸막스한 키와 펑퍼짐한 뱃살은 바로 요럴 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
그리고~ 견고하다고 굳게 믿었던 바위가 함몰되면서 한차례 추락한 경험도 있어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사나이 가슴에 불이 붙어버린 것을...^^
바리봉에서 실컷 조망을 즐기며 간식을 먹고나니 체력은 이미 방전 상태에 와 있었고~
여기서 그만 하산할 것인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며 끝까지 도전해 볼 것인가?? 요걸 두고 마음의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요놈의 무더운 날씨 때문에~~~
결국~ 숲속 그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자주 자주 쉬어가면서 완주해보기로 재차 마음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신선이 머무는 곳처럼 보이는 비박바위를 지닐 무렵인데~ 내 나이나 걸상해 보이는 남자 산객 한분이 지남산으로 부터 내려오신다.
오늘 산중에서는 처음 보는 대단한 인물이다.
장군봉의 위치를 묻기에 내가 지나쳐온 트랭글 지도에서 지점을 알려주었는데~ 그분은 고견사를 통해서 올라 오셨다고 한다.
지남산을 앞에 두고 바위 사이에 골이 깊은 지점의 벤치에서 점심을 먹는다.
한동안 나는 김밥을 먹지 않았는데~ 목이 너무 메여서 그랬지만, 편의점 김밥은 속에 수분 그윽한 양념이 풍부해서 목메임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지난 주부터 다시 김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더우기~ 오늘은 삼호어묵 제품인 오뎅탕 한그릇까지 추가하니 훨씬 먹기도 좋고 배도 든든해진다.
중간 중간 꽃도 촬영하며 지나온 암릉도 되돌아 보곤 한다.
확실히~ 육산 보다는 암릉이 피로도가 더 심하긴 하니...
나도 나이가 들면서 암릉보다 육산 숲길에 더 정감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까...???
다시~ 진행 방향으로 앞을 바라본다.
의상봉이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와 있어서 죽어 있던 힘이 되살아 난다.
지남산 정상인데...
여기도 표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 "ㄱ"자 형태로 굽어진 바위 외송이 정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아차차~ 그러고보니... 내가 장군봉을 깜빡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온 모양이다.
아께 그~ 마주쳐 지나간 사람 아니었다면... 장군봉의 존재 사실 조차도 잊은채 지날 뻔했으니까... 더위에 정신이 들락 날락 한 모양이다.
지남산 암릉 끝자락에서 건너다 보이는 요~ 의상봉 암릉은 예술스럽기까지 하다.
의상봉 갈림 길에서 잠시 배낭을 풀어 놓고 더위를 달래며 쉬었다가 우두산 정상인 상봉으로 올라간다.
사람들이 우두산에서 제일 많이 즐겨 찾는 곳은 가파른 계단으로 형성된 바로 요~~~~기... 의상봉이다...^^
지난 3월 경에 이어서 두번째로 우두산 정상 인증샷을 담고는 곧바로 마장재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너무 덥고 지쳐서 정신을 놓고 걸어서인지...
우두산의 명물인 코끼리 바위를 보지 못한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 당연한 일이라~ 여러모로 방법을 강구해보는데... 어차피~ 내가 지나온 탐방 루트에서 깜빡 놓친 코끼리니까 또 이웃집에다 손을 벌리게 된다.
윗그림(빗방울 님의 2020년5월31일자 산행기)에서 코끼리를 배아 번식해왔다.
한참이나 걸었을까...
숲사이를 비집고 암릉이 시야에 들어 오더니...
우와~ 정말로 신선이 살기에 딱좋은 암릉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나는 여기서 사진을 찍어면서 좀 쉬었다 내려가기로 한다.
암릉엔 앞서가는 남자 한명이 눈에 띄는데~ 오늘 참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을 여기서 또한명 보게 되넴...^^
아께... 바리봉을 지나서 지남산으로 오를 때 남자 한분이 마주쳐 지나가면서 장군봉이 어디냐고 물어왔었고~ 의상봉 밑에선 남자분이 각각 한명씩 내려가고 또 올라오고 하는 걸 봤었고~ 상봉을 올라가면서 건너편의 의상봉을 조망하는데도 부부로 보이는 한팀이 눈에 띈게 전부이다.
흔들바위 같기도 하고~ 우째보면 병아리처럼 보이기도 한 요~ 괴상한 바위 옆으로...
저 아래에 Y자형 출렁다리가 아득히 보인다.
이젠~ 거의 다 내려왔나보다...^^
사람들은 요걸 촛대바위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
마장재의 풍경을 담은 빗방울 님의 지난 5월31일자 산행기에서 아래와 같이 한장의 사진을 빌렸다.
너무 더워서 내가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서라도 아쉬움이나마 달래보기 위함인데...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개고생한 보람마져 너무 쉽게 잊어 버리기엔 아까운 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Y자형 출렁다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직은 입구를 막아놓은 상태인데~ 개통일자가 계속 미루어지는 이유는 코로나때문인지~ 안전검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 확실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10월 말경이면 개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계속 방치해둬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첫번째 목적지인 바리봉을 지나면서 이미 체력이 방전 상태를 드러냈기 때문에 중도 포기 심리도 상당히 컸지만~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안배와 멘탈의 승리였다고 생각한다.
전혀 불가능해보였던 완주가 당초 계획대로 무사히 마쳐지게 되니~ 또 어깨가 으슥이는 것이 매우 거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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