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내 자랑스런 조카~ 민경이를 기어이 떠나보냈다. 본문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포항여고에서 전교 1, 2위를 다투었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기업평가원에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근20년간 재직하면서 팀장(실장) 역할을 맡아왔다.
이런 스펙만 보더래도 우리 가족에겐 충분한 자랑꺼리 이건만... 홀로 되신 엄마를 끔찍히도 생각하던 효녀가 아니었던가...???
이런 내 조카가 그만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1980년생(향년42세)...
포항시민장례식장 안내 모니터에 6분할 화면으로 나타나는 고인 중에서도 유일하게 요절 사례가 바로 내 조카 최민경이라니...!!
신의 시샘인가? 운명의 장난인가...???
미녀와 천재는 박명하더란 말이 온종일 나의 뇌리를 스치며 좀처럼 물러가질 않는다.
물론, 난소암 재발 사례로서 절망적인 상황임은 결코 모르진 않았다.
자형이 세상을 떠나신지 5년이 지나던 때 큰누나가 민경이의 요청을 받고 노년의 삶을 팽개치며 서울로 향한지 딱1년이 지났나보다.
요절한 사례의 경우~ 보통 향년으로 표현하진 않겠지만, 민경이의 경우~ 그 삶의 족적이 결코 얕다고 할 수는 없기에 나는 내 조카의 만41년 짧은 평생을 감히 향년으로 추존코져 한다.
하지만~ 민경이는 결코 삶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악착같이 치료에 임하며 재기를 불태웠다.
그러기 때문에 절명하는 순간까지도 직장에서 퇴사하지도 않은채 휴직상태를 유지해왔는데... 얄궂은 신의 사자께서 주소를 잘못 찾은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내 조카를 데리고 가버렸다.
망할놈~ 나중에 나를 데리러 온다면 내 반드시 조카의 복수를 해주고야 말리라~!!
5년 전에 내가 거창(월여산)에서 디디고 서있던 바위가 함몰되어 절벽에서 굴러 떨어졌을때~ 혼자서 외롭게 사경을 해매던 나에게 길을 계시해주신 저승사자님의 은덕은 여전히 은혜로 새기겠지만~ 때가 아닌 내 조카를 잘못 데려가신 실수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2021년12월10일(금요일) : 아침에 내 조카 최민경 사망 ~ 동일 오후 포항시립장례식장으로 운구(빈소설치).
2021년12월11일(토요일) : 오전10시경 입관 ~ 경주공원묘원 납골묘 부지선택.
2021년12월12일(일요일) : 오전10시~12시 포항시립화장장에서 화장 ~ 오후1시반경 경주공원묘원 납골묘(유골안치).
2021년12월14일(화요일) : 오전11시경 조촐하게 삼우제를 지냄(남편, 모친, 오빠, 시모, 큰외숙모, 막내외삼촌 등 6명 참석).
슬하에 자녀를 두지 못한 민경의 유지에 따라서 아직 젊은 배우자는 새출발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나중에 자신은 아빠의 묘분 옆에 엄마와 함께 묻힐 수 있도록 이장해 주는 걸로 잠정 결정했다.
내가 민경이에겐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외삼촌인데~ 남편과 외동딸을 연거푸 잃은 누나를 생각하고, 또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나를 돌아다 보면 거의 작은 아빠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살아생전에 지들 젊은이들끼리 서로 정답게 살게하기 위해서 내가 별로 살갑게 대해주진 않았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버리고 나니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래서 입관할 때 시신을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납골묘 입지를 선택하러 다니기도 하고, 화장터 가마앞에 직접 운구해서 내손으로 민경이를 화염에 인도하기까지 하다니... 이 무슨 기구한 팔자이던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늘이시여~ 똥물도 파도가 있다는데, 당신이 진정 신으로 존재하고 계시다면 어찌 순서와 절차를 지키지 않으십니까...???
만약, 저승사자의 실수였다면~ 민경이를 되돌려 주시진 못하더래도 부디 남편과 외동딸을 연거푸 잃게된 우리 큰누나의 여생에서 상응한 보상을 해주소서...!!
※ 민경이가 떠나고 없는데도 직장동료들이 서울에서 먼길을 마다않고 삼삼오오 조문을 다녀가시니~ 코로나 정국에서 분이 넘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부디~ 자발적 진단 검사로서 선의가 악의로 호도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 날까지 남아서 납골묘까지 수행하시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던 민경이의 짝꿍 여성직원분~ 부디 새로운 짝꿍직원을 만나서 활기찬 직장생활을 이어가시길 빕니다(그리고~ 우리 민경이를 오래도록 기억해 주세요).
나도 아리따운 님의 우정과 쓸쓸히 돌아서는 뒷모습이 쉬이 잊혀지지 않네요.
민경아~ 민경아~ 우리 좋은 세상에서 다시 또 만나자... ♡
비하인드 스토리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포항으로 돌아온 큰누나가 부모님 집으로 찾아와서 며칠 묵기로 하는데...
가슴 뭉클하게 전하는 얘기가 있었다.
스토리 (1)
민경이에겐 암투병 중인 서울대학교 출신의 친한 선배 언니가 한명 있었는데~ 역시 암이 재발해서 투병 중인 민경이의 근황을 듣고 힘겨운 병문안을 와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역시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 숫도 없고 초췌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끼는 후배의 투병에 마음의 힘을 보태고져 아름다운 외출을 감행했었던 거지...
민경이는 그 선배 언니에게서 암투병에 관련된 많은 노우하우를 전수받고 재기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너날 부터인가~ 그 선배 언니로 부터 연락이 끊기고, 민경이가 먼저 연락을 취해봐도 전화 응답이 없었다고 하는데...
문득~ 인터넷 검색을 하던 민경이가 서울대학교 동문사이트에서 부고로 올라온 공지 글을 읽고 믿기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리 저리 전화를 해대며 백방으로 수소문해본 결과~ 그 선배 언니는 이미 저세상으로 먼저 떠난지 한참 지난 뒤였기 때문에~ 민경이의 뒤늦은 슬픔과 제때 부고를 전달하지않은 친구들에 대한 원망은 두배 이상으로 크게 와닿았을 것이다.
사연인 즉, 서울대학교 동문들은 암투병 중인 민경이에게 상실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직접적인 부고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민경이의 마음 한쪽에서 커다란 기둥으로 자리를 잡고있던 그 선배 언니를 먼저 잃게된 민경이의 심정이랑~ 또, 민경이에게 마지막 하직 인사도 전하지 못한채 먼저 이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 선배 언니의 아련한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꼬...???
이는~ 슬픈 이야기 임을 넘어서 인간사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런지...???
스토리 (2)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민경이와 동기동창이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외국어를 전공한 그 친구가 미국 유학 중에 만난 교포2세와 결혼해서 슬하에 자녀를 두며 미국인이 되었다는데...
민경이가 암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지난 여름에 가족을 남겨둔채 10일간 휴가를 내서 코로나19의 전선을 뚫고 혼자서 한국을 다녀갔다고 한다.
어렵게 가족증을 달고 면회권을 얻어서 삼성병원 입원실로 들어가서 이세상 마지막 장면이 될 사진을 민경이와 함께 촬영했다는데~ 촬영을 해주는 내 큰누나의 가슴 저미는 심정이야 뉘라서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민경이를 만나고 난 다음날~ 그 친구는 다시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는데... 어쩌면 그 정도의 우정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릇의 차이를 느끼게했다.
스토리 (3)
민경이가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 처음으로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도 그 친구가 워낙에 키가 작아서 내 큰누나와 자형의 입장에선 탐탁챦아 하신 걸로 기억된다.
결국~ 그 남자 친구는 미국 유학 길에 올랐고~ 미국에서 직장까지 잡아서 아예 정착하게 되었는데... 외국 이주를 싫어하는 민경이와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장례를 마친 후~ 조의금을 정리하던 민석(민경의 오빠)와 내 큰누나의 눈에서 아주 익숙한 이름이 쓰여진 조의금 봉투가 하나 발견되는데...
바로~ 서울대학시절 첫 남자친구... 그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물론, 서울대학교 동문 사이트에 뜬 공지를 읽었을 수도 있을테고~ 아니면, 누구에겐가 전해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머나먼 미국 땅에서 직접 조문에 임하진 못하더래도 지인을 통해서 조의금을 보내온 그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듣고난 지금~ 나는 마치 3편의 슬픈 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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