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나홀로 항공여행, 2일차 "제주도 한라산(1,950m)"등정기 본문

~2014년화보

나홀로 항공여행, 2일차 "제주도 한라산(1,950m)"등정기

독행도자(Aloner) 2014. 7. 26. 19:38

2014년7월25일(금) : 남한에서 해발 고도가 최고로 높은산 "한라산(1,950m)" 백록담에 오르기

어제 제주도에 도착해서 주로 서귀포 쪽을 유람하고, 서귀포 버스터미널 부근의 금학장모텔에서 하룻 밤을 묵은후, 오늘 새벽 5시에 2일차 여정을 위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이웃 모텔에 투숙한 중국인 들은 4시경에 벌써 시끌벅쩍 부산을 떨며 이동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6시에 제주공항을 향해 성판악 휴게소를 경유하는 버스가 서귀포 터미널을 출발해서 약 30분만에 한라산 정상 들머리인 성판악 휴게소에 나를 내려주고 다시 떠나갔다(버스 요금은 구간마다 3,300원까지 달랐는데, 나는 스마트 폰의 티머니로 1,800원이 결제되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김밥 두줄과 오뎅국을 시켜 먹으니 6,000원이 소요되었고, 생수는 지난 밤에 묵었던 모텔에서 제주 삼다수 2병을 그대로 가져왔고, 또 마시다 남은 1병 정도가 더 남아 있어서 충분했는데, 버스를 타기 전엔 편의점에서 또 커피1병과 두유1병도 비상용으로 구입해두었다.

어라~ 그런데, 비가 내린다!! 일기 예보 상으론 어제 비가 내렸어야 했고, 오늘은 맑아야 하는데... 날씨가 거꾸로 돌아가니 나의 여정에도 차질이 빚어질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아침7시에 입산을 시작해서 이렇게 빗속에서 본격적인 한라산(해발 1,950m :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고도의 산) 등정길에 오른다.



  

"쳇~!! 어제 비가 온 후, 오늘 갠 날씨라면 백록담에 물이 차서 금상첨화일텐데..."


 

 

성판악 코스는 마지막 200미터 정도를 제외하곤 하늘까지 덮어버린 숲으로 조성된 아늑한 산책길과 같고, 도중에 왼쪽으로 약600미터만 살짝 빠지면 "사라오름" 산정호수를 볼 수있다.

그러나, 비바람이 워낙 거센데다 안개까지 짙어서 시야가 짧고 카메라 삼각대가 자꾸만 넘어지니 좋은 장면을 담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하계철엔 진달래 휴게소까지 13시 이내로 통과해야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규칙이 있는 한라산 등정인데... 오비맥주의 이기녕차장 가족은 오늘 아침8시 아시아나 항공 편으로 9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짐 찾다가 시간을 소비하고, 성판악까지 10시가 넘어서 도착할 수 있다고 봤을 때, 점심과 물을 구입해서 즉시 등산에 돌입한다고 해도 4인 가족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시간적으로 빠듯한 일정일 것으로 심려 됨이 크게 느껴졌다.



진달래 휴게소 통과...

아마도, 나보다 늦게 올라오는 사람들은 폭풍우로 인해 여기에서 차단되어 통과할 수 없었을텐데... 나는 휴게소에서 화장실만 잠깐 다녀온 뒤 머뭇 거림없이 꾸준히 오른 덕택에 가까스로 통과가 된 듯싶다~!!


 

 

나 혼자 먼저 백록담에 올라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상태의 틈바구니를 잘 노려서 물이 고인 백록담 경치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일행을 기다리겠다며 문자통신을 했건만, 기나긴 숲길을 빠져나와 능선에 이르러 1,800고지를 넘을 무렵인데, 윗쪽에서 아가씨 들의 괴성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바람에 뒤섞여 밑으로 흘러 내려왔다.

순간, '바로 정상이구나! 경치가 정말 장관인 모양이다!!'라고 여기면서 더욱 힘을 내는데... 어랍쇼!! 바로 보여야 할 정상은 보이지 않고 십여명의 사람들이 오지도 가지도 못한채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게 아닌가???

나도 갑자기 몸이 휘청이더니 날아가 버릴 듯한 강한 힘을 느끼면서 본능적으로 안전 밧줄을 잡고 늘어졌는데... 아뿔사~ 이게 바로 한라산 강풍이구나!! 발걸음만 움직이기라도 하면 금새라도 균형을 잃고 바람에 휩쓸려 버릴 것같은 공포스런 비바람이었다.

"오늘 내가 여기서 조난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끊임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들 역시 외국인을 포함하여 한라산 정상이 불과 150미터 앞에 있건만 모두 다 등정을 포기하고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럼, 정말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 회사가 연차휴가를 권고하기 시작한 게 금년이 처음인데... 내가 여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왔는데...

정상을 불과 150미터 남겨놓고 포기하고 돌아 설 순 없다는 게 나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다.

뒤돌아 서는 사람들을 피해서 나는 홀로 정상 쪽으로 계속 전진했다. 그랬더니 몇사람 더 나를 따라 다시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50미터를 남겨 둔 싯점에서 비바람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내 뒤를 따르던 몇 사람 마져도 되돌아 하산해버렸다.

앳되 뵈는 남학생 한명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등 뒤에 바짝 붙어서 올라오더니 "아저씨~ 이대로 가면 정상에는 꼭 오를 수 있는거죠?"하고 물었다. "그럼~ 이제 50미터만 남았쟎아!!"하고 내가 남을 격려해주는 일까지 생겼다. 나 또한 그 앳띤 학생이 한명 더 따라오는 것에 대해선 심리적 위안이 되고 있었다.

결국, 죽을 힘을 다해서 한걸음 한걸음 더 보탠 끝에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데... 정상엔 채 하산하지 못한 두명의 산객이 더 남아 있었다.

백록담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을려니 강풍에 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는데다 카메라까지 빗물에 젖어 작동불량이나 오작동까지 일어킴으로 해서 스마트 폰으로 겨우 어설프게 나마 촬영한 후, 곧바로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통신마져 단절되어 이기녕차장과의 의사소통도 불가했고... 서둘러 안전지대까지 하산하는 것만이 최상책이었다.

다행히 관음사코스는 직접 바람의 영향이 훨씬 덜 했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존재하고 계곡도 있어 경치가 뛰어날 만한데 이렇게 강풍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하니... 평소엔 이 코스가 오히려 더 가팔라서 힘든 코스인데, 오늘 만큼은 안전지대와 같았다.  때문에, 입산 통제도 12시 정각이 되어서야 늦게 한탓에 올라오는 산객이나 훈련 중인 군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중턱 대피소까지 내려와 통신이 다시 연결되자 밀려있던 문자메세지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4명의 이기녕차장 가족은 성판악까진 아예 시도조차 못해보고, 택시 기사의 권고대로 영실코스로 급변경하여 경치가 뛰어나다는 윗세오름으로 도전했으나 그마져도 강풍을 만나 정상 목전에서 포기하고 돌아 섰다고 한다.

이런 저런 곡절을 겪어면서도 여하튼 하산이 완료되어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도달했을 땐 한여름 뙤양볕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어떻게 산정상과 산아래가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내 생전에 이리도 무시무시한 강풍을 맞아보기란 처음이었다!!"

 

 

 


(아래) 다른 블로거의 블로그에 게재된 백록담 이미지를 한장 퍼왔는데, 날씨만 좋았다면 경치는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다.



(아래) 폭풍우로 인해 백록담 경치를 못봤다고 하산하지 않을 순 없는법... 모자 목끈 단단히 매고 하산을 시작한다!!


 

 

 

 

 

 

 

 

 

 

 

 

 

 

 

< 말로만 듣던 한라산 강풍 속...목숨을 걸고 올랐기에 보람도 컸지만,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서 너무나 더 아쉬운 등정이었다~!! >

 

오후3시에 하산을 완료했으니 총8시간을 소모했고, 아주 특별한 산행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같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택시를 타고 제주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자고 하니 15,000원을 달라고 했다.

터미널 건너 편, 작은 식당에서 제주별미 자리물회와 제주산 막걸리 1병을 마시고 9,000원인데 거스름돈 1,000원은 일부러 받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에 모텔(소라장)에 들어가니 35,000원을 달라고 했다.

일찍 쉬고 있는데, 박찬진(금복주 제주지점장)의 연락이 도달해서 그의 차량으로 사무실도 구경하고 거래처에서 판촉 겸 화랑 2병과 해물셋트를 먹었는데... 타지에서 지방주 마시는 느낌은 또 특별한 듯 싶었고, 열심히 살고있는 박찬진의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어서 감사히 생각한다.

밤9시경에 모텔로 돌아와 쉴려고 하는데... 또, 오늘 한라산 등정엔 실패한 이기녕(오비맥주 포항지점 영업차장)의 연락이 도달해서 여관 로비에서 만나 인근 호프집에서 과일 안주에다 카스 병맥주 4병을 함께 마셨다(비록~ 따로 오고, 따로 돌아가겠지만... 동일한 목적을 갖고 제주도에 각자 체류하면서 한번의 만남도 없어서야 써겠는가...???)

이기녕 씨는 오늘 아침에 도착해서 내일 밤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이고... 난 내일 오전 비행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쯤에서 돌이켜 보니... 나 개인의 여행 프로젝트가 우째 우째 소문을 타서... 문원주(금복주 포항지점 영업주임)도 여비에 보태라며 소주(지함) 2상자를 보내오기도 했었고, 이상수(하이트진로 포항지점 영업과장)은 미리 점심 대접(미꾸라지 추어탕)으로 응원하기도 했었는데...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굴함이 없이 도전을 계속한 결과, 악천후로 통제된 한라산 정상 등정의 성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비록, 고난과 시련이 따를지라도 개인등산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