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생활속 거리두기~ 두번째 철쭉... 남원(팔랑치~바래봉) 본문

~노후여정편

생활속 거리두기~ 두번째 철쭉... 남원(팔랑치~바래봉)

독행도자(Aloner) 2020. 5. 19. 23:39

정말 오랜만이다.

모처럼~ 우의까지 챙겨입고 산행에 나서기를...

시내에선 대체로 맑거나~ 비가 내릴 듯~ 말 듯했는데... 지리산 바래봉~팔랑치 능선에는 싸락눈이 섞여서 비가 세차게 내린다.

전방 시야는 하얀 켄트지처럼 온통 희뿌옇게 흐리고~ 체감되는 기온은 초겨울처럼 으스스 춥게 다가온다.

하지만~ 철쭉이 냉해를 맞으면서도 내가 와주기만을 기다린 듯...

내 어찌 행복한 사나이가 아니겠는가...???

지금 이순간~ 나는 너무나 행복하기만 하다...^^

 

<< 비디오 리포트 >>

온 세계가 초토화 된 가운데~ 코로나19 폐렴 바이러스와 용감히 맞서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와 방역본부, 그리고 국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몹쓸 인간이 되지않기 위해서 오늘도 철저히 혼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고독한 철쭉 산행을 수행한다.

 

2020년5월19일(화요일) : 포항에서 아침 식사 후 서두름없이 천천히 전북 남원시 허브밸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약 두시간 정도 경과한 10시30분 쯤이 된 것같다.

경상도 밖으로~ 그것도 당일치기 산행을 하면서도 새벽 일찍 출발하지 않은 첫번째 사례가 되는 모양인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권장되는 기간인데다 날씨마져도 차가운 비가 오락 가락하여 을씨년스러우니~ 더우기 평일인데... 주차공간 걱정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심적인 느긋함이 있었다고나 할까...???

코로나19로 철쭉 축제를 취소한 남원시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하여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해주고 있었다.

 

운봉읍 용산마을의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에서 바래봉까지는 약5Km의 거리인데~ 급경사 지대는 없으나 시종일관 은근한 오르막 길이여서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미 한번 와본 길이지만 또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고지대로 가면 갈수록 운무가 심하고 얼음 알갱이까지 떨어지는 냉해를 만나서 추위를 느꼈다.

 

평일이라 그런지~ 애초부터 텅빈 주차장에서 혼자 출발해서 정상 가까이에 근접해서야~ 그나마 앞서간 몇몇 산행자들을 앞지를 수 있게 되었다.

격심한 운무와 싸락 눈까지 떨어지니~ 전방 시야는 흐리고 만개한 철쭉은 넓은 면적을 사진 한장에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큰 반면 색다른 운치를 더해 주었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타날 것만 같은 으시시한 분위기랄까...^^

 

방수카메라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사진 촬영은 아예 엄두도 못낼 날씨지만~

올림푸스 터프도 비에 잠기니 렌즈에 고이는 빗물만큼은 어쩔 수가 없더라... 군데 군데 얼룩과 물방울 반점이 나타난 사진들은 모두 다 빗물 탓인게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궂은 날씨, 평일 시간대는 참으로 삼각대를 설치해서 셀카를 찍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

숲이 바람까지 막아주니~ 삼각대가 넘어질 일도 없고... 

갈림 길에 이르러서 바래봉 보다는 팔랑치 쪽으로 먼저 다녀오기로 한다.

 

팔랑치 철쭉군락 전망대가 바로 앞에 보이는 요~ 지점에 이르니...

으악~ 갑자기 싸락눈이 섞인 비가 심해지면서 바람도 거칠어 진다.

철쭉을 넓게 사진 한장에 담을 수 있는 곳인데~ 하필이면 지금부터 비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린다.

 

어쩔 수없이 팔랑치 전망대에선 사진 한장 얻지 못한채 발걸음을 되돌려 바래봉 방향으로 간다.

편백 숲의 보호를 받으면서 바래봉에 한발짝 한발짝 더 다가서는데...

 

으아악~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서 만난 강풍을 여기서 또 만난다.

사람이 통째 날려갈 것만 같은데~ 삼각대를 세워서 사진 찍는다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삼각대를 최대한 짧게 접어서 손에 들고 바래봉 인증샷 한장 겨우 찍었다.

몸을 가눌 수없는 강품에다 짙은 운무와 빗물로 인해서 사방 팔방 조망이 불가하니~ 사진 찍을 곳도 어차피 없고... 서둘러 하산하는 것만이 신상에 이로운 선택일지라~!!

 

몇 안되던 산객들도 모두 다 종적을 감추었고~ 어차피 나혼자 남아있는 산중이라... 혼자서 쓰러져도 누구 하나 구조해줄 사람도 없다.

빠르게 강풍 지대인 바래봉 정상에서 안전지대로 내려오는 것만이 살길인가 싶었다.

딱~ 정상 지대... 그기서만 바람이 거칠었을 뿐... 다시 안전한 편백 숲지대를 지나면서 호젖한 하산 길로 접어 든다.

 

이제 다시 운봉마을이 보인다...^^

날씨는 언제 그랬냐 듯이~ 고요하기 그지없다.

산 꼭대와 산 아래의 날씨가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다니...

 

허브밸리 주차장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바래봉 방향으로 다시한번 올려다 보면서 하직 인사를 올린다.

정말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속도로로 달리면서 귀가를 할 때 보니~ 날씨는 아주 맑고 좋더라...!!

 

모진 냉해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려준 철쭉과 산신령 님께 감사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