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바위와 함께 추락해서 저승사자를 만나다... 거창 '월여산' 본문
2016년3월26일(토) : 어차피 경남 거창 쯤으로 정한 산행... 그것도 점심 무렵에 시작하는 산행... 감악산이냐, 월여산이냐를 저울 질하다가 결국 정상부 암릉이 수려한 월여산을 먼저 선택한다.
11시30분 쯤에 거창 원평마을 간이 주차장에 도착해서 홀연히 산행 길에 오르는데... 우측등로로 오른 후, 좌편 신기마을로 내려올 요량이다.
가장 오른 쪽 등로를 선택해서 순환 범위를 최대한 넓힐려고 했으나, 공원 조성공사로 인해서 등로가 잘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부로 바로 오르는 중앙로선이 그나마 뚜렸하여 혼자서 호젖한 입산 길에 접어 들었다.
여너 산이 거의 그렇듯이 초반 허접하고 메마른 중턱을 재미없게 오르다가 월여산 정상부 암릉이 가깝게 보이는 곳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서 삼각대를 설치하던 중...
내가 디디고 섰던 바위가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데... 무방비 상태였던 나도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바위와 함께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 순식 간에 벌어진 일이라 속수무책인 가운데서도... 만약, 바위가 내 몸에 떨어지면 즉사할 것이란 생각이 먼저 스치고 지나갔다.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바위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흙부근에 일단 두발로 착지를 한 느낌은 받았지만, 미처 바위를 확인할 틈도 없이 회전 가속력과 중턱의 경사로 인해서 내 몸이 또다시 뒤로 쏠리면서 두번의 회전이 더 이루어 진후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바위는 어디로 굴러 갔는지 알수가 없었다. 다만, 내 머리 윗쪽에서 뜨끈한 액체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당연히 피가 난다는 걸 직감했다.
장난 아니게 쏟아진다. 그러고 보니 머리 윗쪽에서 통증도 느껴진다.
내가 항상 혼자서 위험지대를 다니다 보니, 그동안 별별 상상을 안해본 게 없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오늘 현실로 나타났다.
<< 추락 사고로 인해서 머리를 심하게 다치니 비디오도 중간에 끊겼다 >>
저승사자가 눈앞에 얼씬대는 가운데... 죽음 앞에서도 내가 어찌 이리도 침착한지 스스로 의아할 정도로 사후 대처를 착착 잘해 나가고 있었다.
배낭을 풀고 엷은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서 머리 상처부위를 감싸 묶은 후, 등산모를 푹 눌러 쓴채 왼손으로 살포시 눌러주며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도 카메라, 스마트폰, 스마트키, 지갑, 보조배터리가 있는지 수칙대로 확인 해보았는데... 500미리리터 생수 1병이 절벽 밑에 떨어져 있는 게 보였지만, 현재의 부상 상태론 물한병 건지러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건 의미가 없다 싶어서 그냥 포기한다.
그보다 출혈이 심해지면 혼수상태로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지혈에 더 많은 신경이 쓰였는데, 다행히 목으로 흘러 내리는 느낌은 없는 듯했다.
여차하면 의식을 잃기 전에 119에다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의식이 희미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게다가 119는 고생하시는 대원들과 행여 나보다 더 위급한 어떤이를 위해서 최대한 아껴둬야겠다는 생각은 왜 들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피범벅이 된채 원평마을 주차장까지 무사히 내려오자, 지팡이를 짚은채 보행 운동을 하시는 할머니 한분이 질색을 하신다.
차량 네비게이션에 거창병원을 입력하니 18Km밖에 한군데 검색되어 지체없이 달려갔다.
대기 환자와 간호사, 의사가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지체없이 응급조치에 들어가는데... 응급 조치 내내 의사는 연씬 혀를 차며 어떻게 의식을 잃지 않았냐며 신기해 하신다.
머리 윗쪽이 약20센티 가량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찢어져서 틀림없이 뇌출혈이 있을 거란 짐작이었던게다...!!
간호사는 나더러 "마취도 안했는데 어떻게 그리 아픈 티도 안내고 잘 참으세요???"라고 한다. 그것도 나역시 모를 일이다~^^
수십바늘을 꿰매는데, 어찌 아프지 않았겠냐만... 통증에 신경 쓸만한 환경이 아니었으리라 짐작될 뿐이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엑스레이와 CT촬영을 하고 링거와 항생제까지 맞은 후, 의사의 소견을 듣는데... 놀랍게도 뇌손상 소견은 없었다.
다만, 상태가 상태인 만큼, 며칠 후에라도 머리가 아프다든지 속이 미쓱거린다면 다시한번 CT를 찍어 보라고 권유하신다.
그러나, 간호사 아가씨는 나에게 포항에 가시거든 반드시 큰병원엘 다시 찾아 가보시라고 살포시 따로 귀뜸한다. 아마, 시골 병원이라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 그러한 모양인데...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분명 보여주셔서 고마울 뿐인데... 다만, 간호사 아가씨는 오는 4월 중순경에 사직할 계획이란다~!!
지금은 내 곁에 없지만, 내 평생의 유일 사랑도 간호사였기 때문에 나는 간호사만 보면 남같지가 않은 게 분명 마음 속에 아직도 있는 것같다...!!
점심도 못먹었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차를 올린 후, 첫 휴게소(거창휴게소)에 들어가서 아침에 준비해간 미니 호떡을 우유와 함께 먹고는 다시 쉴새없이 달려서 겨우 귀가한다. 내일은 증조부모님 합동 제사가 있는데...???
월여산 정상부 암릉을 조망하며 계속 전진한다~!!
그러나, 정상부 암릉을 배경으로 셑카를 찍기 위해 바위 위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던 중, 바위가 허물어지며 함께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란 반드시 위험지대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님을 오늘 절실히 깨닳았고, 너무도 허무하고 황당한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발생하는 게 사고이다.
출혈이 심했지만 다행히 의식은 잃지않았고, 스스로도 놀랄만큼 침착하게 응급조처를 취하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 황급히 하산했다...!!
침착하게 덤벙대지않고... 차량 네비게이션에 "거창병원"을 입력해서, 스스로 병원에 도착하여 몸을 맡긴다~!!
약20센티 가량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 위가 찢어졌는데, 대도시 병원이라면 아마도 100만원을 홋가하는 진료비가 청구되었을텐데~???
과연 나의 獨行道는 계속될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기만 하다(무술, 축구, 족구에 이어서 神께서 이젠 등산마져 내게서 앗아가실려나~??)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天運을 입고 살아서 돌아왔지만... 神과 自然의 警告를 가슴 깊히 새길 수 있는 獨行道였다...!!
그러나, 저승 사자께서 내게 말씀하시기를...
"월여산에서 데려 올 무엇이 있다고 하였는데, 보아하니 그대는 아직 때가 아닌 듯 싶소이다~!!"
부디 쉬~이 살펴 내려가시라 권고하였다...!!
"臨傷慕山歌(임상모산가)"
길마다 어김없이 벚꽃은 드리웠는데,
나는 어이하여 병석에 매였을꼬...???
날개 짓하랴, 뜀박 질하랴, 바위 산도 넘을텐데...
예검(銳劍)에 녹이 스니 무엇인들 베어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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