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만55세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부모님표 현대식 생일 축하 이벤트 본문
2015년7월8일(음력 : 5월23일)
나는 엄연히 6월15일생이지만, 모친의 음력 신봉 탓으로 어릴 적부터 음력5월22일에만 생일 상이 차려졌었다.
그러다~ 내 하나뿐인 사랑, 애하를 잃고나서 결혼을 마다하고 환갑 밑자리까지 혼자서 삶을 이어 오다보니,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독거 노인이 되다시피한 나의 생일을 일일히 다 챙기시는 것은 다소 무리인 듯 싶었고, 나 역시 생일에 어떤 큰 의미를 두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 제조사 영업직원들이 생일을 챙겨오는 관행에는 나도 어쩔 수없이 응해왔는데, 이는 엄연히 양력 기준이었다.
그런데, 애하를 잃고난 후... 그녀의 생일이 음력5월21일(양력으로 환산하면 7월10일)인데... 결국, 좋은 인연이 되지 못하자 어머니께서 1980년대 중반부터 내 생일을 임의로 하루 늦추어 음력5월23일로 변경해서 생일 상을 차려 주시기 시작했다. 이날은 또 귀여운 내 첫조카(세진)의 음력 생일이기도 하여 뜻하지 않게 같은 날 동시에 생일을 맞게 되는 운명을 낳았다.
그러나...
요즘, 명절이라는 게 과연 필요한 건지??? 생일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꼭 필요한 이벤트인지 조차 무관심하게 지내오면서 내 유일한 취미인 등산에만 골몰하다 보니, 집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내가 무척 측은해 보이셨던 모양이다.
그리하야~ 끝끝내는 요즘 흥행하는 신식으로 조촐하게나마 촛불케익 파티를 마련하고자 기획하셨던 모양인데... 때마춰 부모님을 방문한 누나들이 호응하여 형님에게도 연락을 넣은 모양인데... 경기도 가평에 계시는 작은 형님만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계신 탓으로 빠지시고 졸지에 가족 파티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멀리 죽도 시장까지 나가셔서 장을 봐오시면서 가까운 남부시장 제과점에도 들려 생일 케익까지 사오시다가 양손에 들고 계신 짐보따리가 너무 무거워 기울어 지는 바람에 케이크 상자가 옆으로 누워 케익이 일그러져 버렸다.
그러나, 누가 감히 그 일그러진 케익을 폄하할 수 있겠는가??? 올해 9순을 맞이하신 아버님의 뜻깊은 선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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