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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사설논집

혼자이기 때문 입니다(원태연)

독행도자(Aloner) 2005. 4. 26. 22:32
티격태격 싸울 일도 없어졌습니다.
짜증을 낼 필요도 없고 만나야 될 의무감도
전화해야 하는데 하는 부담도
이 밖에도 답답함을 느끼게 하던
여러가지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만나볼 겁니다.
전에는 늦게 들어올 때
엄마보다 더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괜찮습니다.
참 편해진 것 같습니다.

근데..이상한 건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무 할일이 없어진 그 시간에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이제는..혼자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심심한 저녁시간이면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 걸어
몇 시간이고 애기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소개팅 같은 거 할 때면
좀 찔리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마음 들게 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참 많은 것이 달라져 보입니다.

인기스타보다 더 보기 힘든 사람이 생긴 것과
아파도 열이 많이 나도
나 아파 하고 기댈 곳과
열 재줄 손이 없어졌고
생일이나 의미가 있는 날
선물을 고를 일도 기대할 일도 없어진 것이
또 그렇습니다.

토요일 오후나 공휴일 아침이면
당연히 만나고 있어야 하는데
친구를 만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이제는 우리가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됩니다.

어떤 이름이 부르고 싶어지거나
어떤 얼굴이 보고 싶어지면
그때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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