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河日記
시모음(원태연) 본문
1.이별의 노래
하이얀 재를 길게 담고 있는 담배가
수북한 재떨이 위에서 혼자 타고 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책상 위에서 밤을 혼자 지새운 커피를 마심
식은 커피와 나의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이른 새벽 화분에 물을 주며
꽃은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2.해명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음에도
당신이 날 훌쩍 떠나버렸듯
울고 자고
기다립네 어쩌네 하는 것은
내가 카레라이스에 섞여 나오는 당근을
한 번도 안 먹어본 것과
꼭 같은 이유입니다.
3.회상
그리운 얼굴 있어
가만히 눈 감으면
그리운 얼굴, 그 얼굴
어디에도 안 보이고
그리운 이름 있어
가만히 입 벌리면
그리운 이름, 그 이름보다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4.편지 봉투
세월의 때가 묻은 옛 편지 봉투
옛날 주소, 옛날 날짜, 옛날 이야기
한눈에 알아본 옛 편지 봉투
반가운 마음, 반가운 기억, 반가운 두근거림
조심스레 열어본 편지 봉투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옛 편지 봉투
5.미련한 결과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일이 많아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6.사진 한 장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사진 한 장
이제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것이 되어버린……
손에 닿을만한 곳에 있으면
자주 보지 않는 이유는
바라만 봐야 좋다는 이야기
지금은 이해가 간다
7.시 선
결국 그대의 시선이
나를 찾으려고 바라본 것이 아니었더라도
멈춰서 돌아본 발걸음이
나를 느껴서가 아니었더라도
그래서 그대가
언제나처럼 무심한 눈빛으로
내게서 시선을 거둘지라도
8.비 옷을 준비하지 못한 어느 날
왜 나는 혼자서만 내리지
눈물은 내게 묻는다
아껴서 그래
너마저 다 없어지면
살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
나는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9. 이상한 게임
벽에다 대고
탁구를 치는 것
사람 사는 일
사람 사랑하는 일
지쳐 쉬게 되면
그대로 끝나지는 것
벽에다 대고
탁구를 치는 것.
10.불 면
너무 추워
겨울 이불을 덮었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뿐이야 하고
눈을 붙여보지만
머릿속 양떼는
계속 우리를 뛰어넘는다
잠마저
아예 날 떠나버린 것 같다.
하이얀 재를 길게 담고 있는 담배가
수북한 재떨이 위에서 혼자 타고 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책상 위에서 밤을 혼자 지새운 커피를 마심
식은 커피와 나의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이른 새벽 화분에 물을 주며
꽃은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는 모르는 일이시겠지요
2.해명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음에도
당신이 날 훌쩍 떠나버렸듯
울고 자고
기다립네 어쩌네 하는 것은
내가 카레라이스에 섞여 나오는 당근을
한 번도 안 먹어본 것과
꼭 같은 이유입니다.
3.회상
그리운 얼굴 있어
가만히 눈 감으면
그리운 얼굴, 그 얼굴
어디에도 안 보이고
그리운 이름 있어
가만히 입 벌리면
그리운 이름, 그 이름보다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4.편지 봉투
세월의 때가 묻은 옛 편지 봉투
옛날 주소, 옛날 날짜, 옛날 이야기
한눈에 알아본 옛 편지 봉투
반가운 마음, 반가운 기억, 반가운 두근거림
조심스레 열어본 편지 봉투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옛 편지 봉투
5.미련한 결과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일이 많아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6.사진 한 장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사진 한 장
이제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것이 되어버린……
손에 닿을만한 곳에 있으면
자주 보지 않는 이유는
바라만 봐야 좋다는 이야기
지금은 이해가 간다
7.시 선
결국 그대의 시선이
나를 찾으려고 바라본 것이 아니었더라도
멈춰서 돌아본 발걸음이
나를 느껴서가 아니었더라도
그래서 그대가
언제나처럼 무심한 눈빛으로
내게서 시선을 거둘지라도
8.비 옷을 준비하지 못한 어느 날
왜 나는 혼자서만 내리지
눈물은 내게 묻는다
아껴서 그래
너마저 다 없어지면
살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
나는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9. 이상한 게임
벽에다 대고
탁구를 치는 것
사람 사는 일
사람 사랑하는 일
지쳐 쉬게 되면
그대로 끝나지는 것
벽에다 대고
탁구를 치는 것.
10.불 면
너무 추워
겨울 이불을 덮었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뿐이야 하고
눈을 붙여보지만
머릿속 양떼는
계속 우리를 뛰어넘는다
잠마저
아예 날 떠나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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